전국대회가 끝났다. 그와 동시에 3학년들이 은퇴했다. 은퇴했다 해도 어쨌든 학교에는 계속 다니는 거니까 부 활동도 계속하면 되지 않으냐는 내 질문에 히카루는 고개를 저었다. 고입시험을 준비해야 한다고 이제 같이 테니스 하는 건 힘들 거라고 말하는 히카루의 모습이 조금 쓸쓸해 보여서. 이해하는 건 어려웠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선 히카루의 어깨가 둥그스름했다. 히카루의 어깨를 이렇게 본 적이 있었던가? 낯선 느낌에 기억을 되짚어보면 언제나 그 옆엔 켄야가 있었다. 저 둥근 어깨에 손을 얹고 즐거운 듯 웃었던 지난 1년간의 둘. 조용해진 테니스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괜히 발끝에 걸린 돌멩이만 걷어찼다.


조용해진 테니스부의 하루는 길었다. 오사무쨩도 히카루랑 얘기한다고 놀아주지도 않고, 히카루도 일해야 한다며 무시하기 일쑤였다. 벽을 보며 테니스공을 튀기기도 한두 번이지, 지루해질 대로 지루해지자 시라이시가 보고 싶어졌다.


"시라이시보고 오라 카자!"


부실 책상에 앉아 계속해서 뭔가를 적는 히카루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외치자 당연하게도 히카루는 무시했다. 분명 저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폰으로 시라이시에게 연락하면 올 텐데. 킨쨩이 보고 싶어한다고 말이라도 해주지. 조금 서운해지려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도했다.


"히카루는 켄야 안 보고 싶나?"

"……. 켄야 씨는 와."

"나는 시라이시 보고 싶다! 켄야도 보고 싶다! 코하루도, 유우지도. 카고 긴상이랑 치토세도 보고 싶다!"

"……."

"테니스 안 해도 되니까 걍 오라고만 해도!"


히카루는 그제야 손을 멈추고 날 바라봤다.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꺼내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두 손은 가지런히 노트 위에 올려둔 채였다.


"나도 보고 싶다."

"카면 부르자!"

"안된다."

"왜 안되노?"


안 되는 건 안되는 기다. 딱 잘라 말하곤 다시 노트로 시선을 떨구는 히카루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보고 싶은데 왜 부르면 안되는 거지? 그럼 언제 불러야 되는 건데? 뚱하게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히카루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 지금 연습하는 중이다."

"무슨 연습?"

"보고 싶은 걸 참는 연습."

"왜 하는데?"

"나중을 위해서."

"나중은 또 언젠데?"

"정말 못 보게 되는 날."

"그게 뭔 소리고……."


어차피 지금도 이 순간 같은 학교에 있는데도 왜 못 보는 거지?

히카루는 늘 어려웠다. 어떤 말이든 한 번에 알아듣기 힘들게 말하는 재주가 있었다. 나는 절대 아닌데,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는지 히카루는 다시 열심히 뭔가를 필기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어버린 히카루를 지켜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내가 찾아갈란다. 후다닥 부실을 나서면서 힐끗 훔쳐본 히카루의 어깨는 여전히 둥그스름했다. 어깨에, 부장의 짐이 놓여있어도 그대로 주르륵 굴러떨어질 것만 같은 어깨. 그 어깨에 굳건히 놓여있었던 켄야의 손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면서, 묻고 싶었다.


보고 싶은 걸 왜 참아야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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